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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 커미션 샘플

[피폐 커미션 샘플] Out of focus

: 초점이 나간 눈과 근거리에 보이는 너



 내 폐는 지금쯤 얼마나 너저분한 폐기물장일까.

 담뱃잎을 감싼 종이가 찌그러져 가며 기꺼이 환한 연료로 타오른다. 머잖아 까맣게 탄 담뱃제가 물기 있는 땅에 머리를 박는다. 나는 그것을 밑창으로 비벼 끄고 담뱃갑 아랫면을 엄지로 눌러 담배를 쳐올린다. 나는 고개를 내민 돗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내가 얼마나 미련한 사람인지 실감한다.

 

 너는 너무나 서낙하여 그 말을 낯설게 만들었다.

 나는 실긋하게 쌓인 접시를 꺼내와 딱딱한 식빵 몇 조각을 담고 있었다. 수프에 담긴 무른 야채를 수저로 잘게 조각내고 있던 너를, 나는 머그잔에 담긴 얼음 한 알을 입 안에 굴리며 바라봤다. 맛있다. 맛있어? 어떻게 만들었어. 어떻게 만들기는. 오늘 설거지는 내가 할게. 따위의 어색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오랜 시간 수비드 해 촉촉한 닭고기. 진한 빛깔의 발사믹 드레싱이 얹어있는 샐러드. 가벼운 치즈 몇 조각과 소금, 후추를 가둔 양념통. 그리고, 에이든. 있잖아. 나는 그것들을 어색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얇게 썰린 상추를 포크로 찍어 소스를 골고루 얹었다.

 

 ······흠뻑 젖은 팔목이 내려다 보였다. 그릇이나 수저는커녕 소매를 설거지하고 있었다. 팔뚝까지 걷어두었던 소매는 애석하게 내려와 있었고 짙은 빛으로 물든 수돗물이 뚝뚝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너는 다시 예고 없는 미운 말을 했다.

 

 에이든.

 

 선명하게 귀에 때려 박히도록. 기어이 그릇 하나가 부서져 멀쩡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사연 있는 침묵까지 깨진 못했다. 나는 온 몸에 힘이 빠져 이완되는 것을 느꼈다. 부름에 돌아보지 못한 나는, 살갗에 달라붙어 부르튼 소매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순간부터 추스를대로 추슬렀지만 목구멍이 뜨겁게 압축되고 있었다.

 

 왜 진작에 그렇게 불러주지 않았어?

 

 끝내 라이터는 켜지지 않는다. 내 말을 뒤로 구동이 중지된 것처럼 입을 다문 네가 미웠다. 연기로 형상화 된 한숨이 그친다. 목울대에 적잖은 이물감이 느껴진다. 나는 연기가 공기 중 휘발되어가는 걸 지켜본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연기 뒤섞인 지긋한 시선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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