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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날 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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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끝에서

[SYSTEM : EARTH] N 기업 배포- 크리쳐 사냥 매뉴얼

 

SYSTEM : 오늘도 안전한 하루 보내시길 ;)

 
 
본 개체는 N 기업의 여성형 안드로이드 EARTH 어스입니다.
 
개체는 13 구역 최전방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전용 인증서를 발급하였을 시 편히 사용하고 반납하실 수 있습니다.
전투 외의 사유로 본 안드로이드 훼손 시 최대 사형에 준하는 법적 처벌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아래는 크리쳐 사냥을 참가하는 통칭 '크리쳐 사냥꾼'을 위한 매뉴얼입니다.
 


※ 참가 전 유의 사항

 :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쳐 동의를 얻어야 한다.

 
 N 기업은 시민의 안전과 목숨 보전을 위해 증명된 이능력자 외 일반인이 바깥 구역까지 넘어가는 것을 금합니다.
 
 전투 참가자는 간단한 능력 테스트와 인성 테스트를 거쳐야 하며, 인공지능에 의해 적합자로 판단될 시 최전방인 13 구역을 넘어가는 것을 허가합니다. 시민 번호를 입력해 인증서를 발급하십시오. 정지된 인증서가 아닌 경우 장기간 사용 가능합니다. 전투조를 구성하였을 시에도 부적합 판단된 인원은 참여 불가능합니다. 이를 따르지 않아 발생한 사고는 사고 유발자가 책임집니다. N기업에서 보상하지 않으며 기업에 그 어떠한 책임도 물을 수 없습니다. 로그 작성 전 SYSTEM : EARTH의 1:1 채팅방을 찾아와 아래 양식을 제출해주세요. 제출한 이후에는 언제든 로그 작성 가능합니다.
 
 - 캐릭터 이름:
 - 트리거(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요소&캐릭터 트라우마 요소):
 - 캐릭터의 크고 작은 부상 여부(O/X):
 - 고어적인 묘사 여부(O/X):
 
 사냥 시 EARTH 어스를 동반하여야 합니다. 로그 작성 후 SYSTEM : EARTH를 언급하여 주세요.
 
 N기업에서 고안해낸 최첨단 크리쳐 사냥용 안드로이드입니다. 여성의 형체를 본따 제작되었습니다. 개체는 고온의 태양열을 견디는 몸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주일에 세 번 점검하여 고장의 사례가 없습니다.
 본 개체는 크리쳐 사냥꾼을 보호, 보조하는 역할입니다. 사냥꾼의 상태와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여 그에 맞는 보고 및 행동을 취합니다. 크리쳐 살상용 무기가 장착되어 있으나 사냥꾼의 능력 이상의 힘을 출력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냥꾼의 사체 회수 역할에도 힘씁니다. 생체 무반응 시 시스템이 작동하여 사체를 회수합니다.
 
 
 아래는 사용 방법
 

 
모든 전투 결과와 흐름은 확률 주사위 시스템 아래 이루어집니다. (시스템의 재량 혹은 랜덤입니다.)
 


 

※ 활동 시 주의 사항

 : 바깥 구역은 사막이다.

 
 태양은 더 이상 인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바깥 구역은 열기로 가득 차 있으며, 사방이 모래로 뒤덮인 사막 지대입니다. 정상적인 호흡이 불가한 환경임은 물론 유해물질이 사방에 퍼져 있으므로 일반인은 절대 특수 장비 착용 없이 나가서는 안 됩니다. 태양풍에 면역이 있는 이능력자는 논외이므로 장비 착용이 없어도 됩니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흙먼지에 뒤덮인 끝이 없는 도로입니다. 그 끝을 본 이가 없다고 전해집니다. 무슨 이유에서건 끝까지 횡단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그곳은 살아있는 생명체나 그에 준하는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세 가지 종류의 크리쳐를 목격할 수 있다.

 
 
 

인간형
 : 인간의 행동 양식을 흉내 내는 개체 <<고위험군 개체>>
 

 인간의 모습을 띠며, 인간의 행동을 학습하여 흉내내는 개체입니다. 돔에서 퇴출 당한 이들의 행동을 흉내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들은 종종 사냥꾼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불에 타 죽어가는 시늉을 합니다. 언어 체개를 이해하지 못하여 아래와 같은 언어를 반복합니다.
 
 '안녕하세요?'
 '도와주세요?'
 '도와줄까요?'
 '살려주세요!'
 '살려줄까요?'
 '반가워요!'
 
 그러나 바깥 구역에는 사냥꾼 외의 생존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방심하고 그들에게 접근할 시 공격 당할 수 있습니다. 즉시 그것의 목을 회수하여 복귀하십시오.
 
 유의하지 않을 시 당신의 형체를 닮은 크리쳐가 발견될 것입니다.

 

 강조합니다. 지구 표면 온도 60도를 맨몸으로 견딜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짐승형
 : 비정상적인 형태의 동물형 개체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몸체를 가진 것이 특징이며, 신체 한 구석이나 전체가 태양열에 타 소멸했거나, 문드러지거나 썩어있습니다. 가까이 가면 썩은 냄새가 진동합니다.
 사냥꾼 등의 인간을 발견하면 즉시 달려들어 몸을 들이박거나 입을 벌려 그 육체를 섭취하려 듭니다.
 즉시 그것의 목을 회수하여 복귀하십시오.

 

식물형
 : 식물이 공격적으로 변질된 개체

 
 사막에는 식물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발견 즉시 격파하십시오.
 식물의 형체를 유지하는 이 개체는 사냥꾼 등의 인간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띱니다.
 
 사체를 양분 삼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시 그것의 중심을 회수하여 복귀하십시오.

 
 
※ 회수한 크리쳐의 목을 제출하여 마리 당 10골드의 보상을 받으십시오.


 위 사항들은 현재까지 밝혀진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새로운 변칙 사항 발견 시 'SYSTEM : EARTH' 에게 보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경우 기업에서 즉시 보상하며, 승인 절차 후 사항 업데이트 됩니다. 제약 없이 설정을 부여하여 SYSTEM : EARTH의 공지글 댓글로 신청하여 주세요. 외부 링크 사용 가능합니다. 반영하겠습니다. (상세한 보고서 형식으로 보내주시면 몰입되니 즐거울 것 같습니다. 필수는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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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 커미션 샘플

[빙글님 피폐 커미션] 에스텔 사망 로그


 

 

 하늘에 명왕성이 떴다.

 그래서 에스텔은 걸었다.

 

그녀는 윗동이 잘려 나이테를 드러낸 나무를 지나간다. 금지된 숲의 시린 바람이 잇새를 파고들었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깔고 서 있던 에스텔은 턱을 들어 머리 위에 박제된 별무리를 응시한다. 이상한 일이다. 저 머나먼 공중에 달 대신 거대한 명왕성이 댕강 매달려 있다.

 에스텔은 그 구체의 중력을 위배하지 못하고 팔을 뻗는다. 그녀의 손은 본능처럼 움직였고, 허공으로나마 움켜쥔 행성에게 이끌려 걷다가 가누지 못하기를 반복했다. 어쩌면 진작 넘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지할 에스텔이 아니었다. 머릿속이 약 기운으로 먹먹해 모든 게 아득하였고, 이 초 간격의 심박음만이 이 세상에 남은 전부였다. 따라서 사라진 달에 대해 어떠한 선입견을 품지 않았으므로. 에스텔은 자신의 구두끈이 풀려 맨발이 바닥을 끌고 있는 줄도 몰랐다.

 

 우선은 걷고 싶었다.

 

 에스텔의 팔다리엔 감각이 없다. 뛸 수 없는데 목구멍이 막혀왔다. 그녀는 남은 숨까지 틀어막는 듯 마지막 신경안정제를 혀뿌리까지 밀어 넣었다. 가벼운 구역감과 함께 알약을 목 뒤로 넘긴다. 곧 손이 약 케이스를 놓쳤다.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멀어 들리지 않았다. 홀린 듯 에스텔은 거의 마비된 입을 움직였다.

 

 "...아마 앞으로는 이 얘기를 하지 못할 테니까."

 

 아슬하게 남은 의식이 전부이기에 발성보단 숨소리에 가까웠다. 걷고 또 걸어 절벽 끝에 다다른 에스텔은 힘없는 양팔을 벌려 코 앞에 다가온 명왕성을 반긴다. 바람을 이기지 못한 머리가 단숨에 풀려 흩날렸다. 녹슬어 빛바랜 눈을 가리우면서. 이 세상 모든 게 필요 없었고, 그 이상은 무엇을 쥐어도 허무했다. 그렇지만 명왕성엔 토끼 하나쯤 있을 것이었다.

 

 "좋은 아침, 좋은 점심, 좋은 저녁."

 

 에스텔은 행성에게서 등을 졌다. 그제야 자신의 흩어진 발자국이 보였다.

 

 라티.

 

 에스텔의 속눈썹이 눈의 반절을 덮었다.

 

 지금이라면 명왕성에 닿을 수 있을까?

 

 그녀는 위태로운 스텝을 밟아 뒷걸음을 옮긴다.

 

 네 그럼요 애시.

 

 그 말을 믿고.

 

 에스텔은 허공에 등을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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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 커미션 샘플

[유우님 피폐 커미션] 자격

 

우리는 서로에게 시한폭탄인데, 


 

 

 가까운 선배가 살해당했다.

 

 그가 처참한 몰골로 살해되었고, 범인은 잡히기도 전에 자살했다는 소식이 조문객의 입과 입을 건너 떠돈다.

 장례식장 가득 향의 냄새가 났다. 익숙하고 낯선 조문객이 오가고 방석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가, 정돈되기를 반복했다. 허공에 고여있던 향의 연기가 시야에서 흩어진다. 그것에 시선을 두던 나는 아득한 어지럼증에 떠밀리고, 떠밀려 바닥에 무릎을 박았다. 말도 안 된다며 턱을 떨다가, 고개와 몸을 땅에 가까이하다가. 그의 죽음 앞에 가뭄 내린 땅처럼 갈라져 드문 눈물을 보였다. 더 이상 억울하단 말 하나 못 할 그 사람 앞에 나는, 당신을 지키지 못한 인간밖에 못 되어서. 사망에 일조한 후배 따위라서. 그렇다고 그걸 티 내기는 싫어 소리 죽여 울었다. 당신은 나를 더 이상 위로하지 못하니까. 무엇을 바라지도 않고 나는 목구멍에 힘을 줘 내 숨을 틀어막았다.

 

 눈물은 채 마르지 않고 숨이 발작할 즈음 진한 담배 연기가 마시고 싶어 주차장으로 나왔다.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뒤적이는데 네가 슬그머니 뒤따라 나왔다. 나는 연기를 들이마셨다. 왜 왔어. 짓무른 눈으로 나는 너를 늦게 돌아봤다. 너의 발끝은 땅을 차고 있었지만, 그 슬퍼하는 두 눈은 누구를 향해있었을까. 저기 형체도 모르게 누워있을 내 선배였을까. 나였을까. 정적이 지속하는 가운데 서로의 숨을 참는 소리가 선했다. 모순적이지. 참는데 소리가 다 들려.

 한 대만 줘요. 네가 말했다. 진심이 아닌 걸 알았다.

 

 미안 나 돗대다.

 

 너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까.

 네가 두 눈을 내게로 향해 집중하는 게 보였다.

 

 담배 하나 제대로 못 챙기는 게 웃겨.

 

 그래. 웃겼다. 아주 우스웠다. 아는지 너는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리야. 불렀다.

 

 둘 중 하나가 구제불능이 되면 그땐 헤어지자.

 

 너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이 각박한 삶에 필연 같은 거 없어. 변수는 늘 부지기수잖아. 그러니까 서로 힘들면 헤어지자.

 

 라고 근육이 풀린 얼굴로 말했는데, 직후 내가 당장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긴장이 너무 풀렸는지 피우다 만 담배는 담뱃재를 흩뿌리며 떨어졌다. 나는 아하하, 맥없는 웃음을 흘리며 이마를 문질렀다. 말하지 않아도 너는 알 것이다. 내가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왜냐하면 우리는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으니까. 이런 말 정도는 기막힌 현실이잖아. 우린 언제까지고 경계하며 살아남아 제 몫을 다해야 하니까. 게다가 이 중 우릴 위협할 범인이 섞여 들어있을지 어떻게 알아? 우리는 우리가 죽는 날을 정할 수 없다고.

 

 그렇게 안일하게 말한 뒤로 우리는 나의 살점을 갉아 떼어가듯이 극히 소량의 대화를 했고, 내 입술의 마찰마다 할 말이 말라 갔다. 너와 대화하는 데 허락된 시간이 적었다. 나는 자주 할 말을 잃었으니까.

 많이도 생각했다. 너와 나는 시한폭탄이구나.

 서로의 시한폭탄이구나.

 정신적 한계가 온 육체는 수면을 재우쳤다. 내려앉은 분위기를 휘발하기 위해, 너는 나더러 겨울잠 자는 곰 같다는 괜한 농담을 했다. 그래. 나는 덩치도 크고 그 덩칫값을 못 하는 놈이니까. 내 꼴이 이러하니까. 겨울잠만 자면 그 거죽이 등에 붙고 터진 파카처럼 털이 다 빠져버리는 곰처럼 나는 나날이 핼쑥해졌다. 너는 나를 어색하게 대했고, 네 손끝은 부쩍 떨렸고, 늘 나의 가슴과 가까운 가구를 두드렸다. 알 수 있었다. 내 멀쩡하지 못한 상태를 알아차린 거겠지.

 

 선배. 어느 날 네가 불렀다. 하지만 나는 잠에 빠져 입을 벌릴 수 없었고.

 

 우리 둘 다 구제불능이니까 헤어질까요.

 

 대답하기엔 나의 의식은 오래된 전구의 필라멘트처럼 끊어져 손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잠이 나를 침몰시키듯 꾸준히 몰려왔고, 힘줄이 잘린 듯 팔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심리적? 신체적 피로? 여하튼 나는 일어나 한치 변명을 할 수 없었다. 내가 감정적이었어, 라며 내가 내뱉어 놓고 회수하는 꼴을 보일 수도 없고. 반쯤 진심도 맞으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당장 죽을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우리가 과연 사랑해도 될까. 우리는 안전할까. 자연사할 수 있을까. 우리는 결혼뿐만이 아니야. 죽음을 전제한 이 사랑을 우리는 견딜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견디지 못했나 보더라고.

 

 선배.

 

 응?

 

 나랑 헤어지려고 이렇게 엉망으로 살아요?

 

 놀란 마음에 몸을 일으켜 눈을 뜨니 네가 없었다.

 

 그렇지만 유리야. 우리가 사랑할 수 있니.

 사랑이 허락되긴 하나.

 

 아, 유리야 보고 싶어. 네 새파란 눈의 꿈결과 입술을 더듬어 찾고 싶어. 나는 내 심장을 꺼내 보여주고 싶은데.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네 귀가 기능을 잃을 때까지 속삭이고 싶은데.

 

 유리야. 우리가 사랑할 수 있니.

 사랑이 허락되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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